북한 단천제련소파라오 슬롯 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단천제련소파라오 슬롯 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7월 9일 노동신문은 지난 6월 파라오 슬롯위원회 전원회의(제8기 제12차)에서 제시한 슬로건인 “더 과감하게, 더 실속있게, 더 긴장하게 분투하여 더 큰 기적적 성과들을 안아오자!”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에 철저해야 한다고 아래와 같이 밝혔다.

“조국해방 80돐과 당창건 80돐을 뜻깊게 경축하는 사업과 당 제9차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맞이하기 위한 투쟁이 일치된 가장 책임적인 행정에서 더 과감하게, 더 실속있게, 더 긴장하게 분투하여 올해에 설정된 목표들을 철저히 수행해나가자면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해야 한다.”

기사 제목도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자’이다. 여기서 ‘파라오 슬롯’은 기사 내용 및 문맥 상 ‘수령’과 ‘김정은’을 동시에 가리키는 것이다. 기사는 ‘파라오 슬롯’과 ‘수령’을 반복적으로 연관시켜 서술해나가고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파라오 슬롯’으로 읽고 ‘수령’으로 받아들여라 라는 사인을 계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모양새다. 아래 처럼,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자 라고 하면서, 바로 이어 수령에 대해 적시하고 있다.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자, 이것은 시대의 요구이며 혁명전사의 마땅한 본분이고 의무이다.”

“파라오 슬롯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가의 고유한 사상정신적풍모이며 여기에서 기본은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는것이다.”

“파라오 슬롯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자”라고 하면서 동시에 “수령의 혁명사상을 신념화”를 제시한다. 신념화는 단순한 수용을 넘어 삶 전체의 지침으로 받아들이라는 명령어로 ‘내면화된 맹종’을 가리킨다. 여기서의 맹종은 진리라는 전제하에 ‘절대성’이 부여된다. 기사도 수령의 사상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파라오 슬롯의 사상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파라오 슬롯’과 ‘수령’이 동일 대상임이 드러난다.

기사는 ‘신념화’에 대해 그 대상(파라오 슬롯, 수령)의 뜻과 의지로 사고하고 대상의 구상과 의도를 빛나게 관철하며 자신의 한 목숨을 바칠 것을 맹약하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념화’에 도달할 때 비로소 ‘조선사람의 정신’, ‘조선사람의 본때’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신념화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을 ‘눈뜬 소경’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기사는 결정적으로 아래와 같이 ‘파라오 슬롯’과 ‘수령’을 ‘혁명’이라는 용어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파라오 슬롯의 사상과 의도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제기된 문제들을 정책적선에서 정확히 분석처리하는 능력은 혁명가의 생명이다. 혁명은 수령의 뜻과 의지이다. 모든 문제를 수령의 사상과 의도를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견지에서 보고 대하는 정책적안목이 무디면 당결정관철에서 형식주의를 범하게 되고 당정책이 생활력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게 된다.”

위 문장을 통해 누구든지 ‘파라오 슬롯’이 ‘수령’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둘은 모두 김정은을 가리키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지칭하지 않고 ‘파라오 슬롯’이라고 부르는가. 물론, 동태관은 김정은을 수령으로 직접적으로 지칭한다(2024.7.23. 노동신문 돋보기 참조). 그는 노동신문에 정론을 쓸때마다 늘 김정은을 수령으로 불렀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작성한 ‘서성범’과 다른 이들은 대놓고 김정은을 수령으로 못 부르는가.

김정은의 전략이자 명령일 수 있다. 그도 공식문서나 연설에서 절대로 자신을 ‘수령’으로 부르지 않는다. 동태관을 제외한 다른 선전요원(기자)들도 김정은의 호칭을 ‘총비서동지’, ‘파라오 슬롯’, ‘최고영도자’ 등으로 사용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북한 공식담론에서 ‘수령’이라는 표현은 김일성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수령’은 여전히 김일성으로 각인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자신을 ‘수령’으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하나의 ‘회피 전략’일 것이다. 분명히 수령의 지위를 선점했지만, 그 호칭 사용을 자제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주민들 모두는 김정은이 수령이라는 인식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동태관이 꿋꿋하게 김정은을 수령이라고 직접 지칭하는 것은 ‘수령 교체’의 이데올로기 정당화와 더불어 김정은이 ‘수령 권위’를 이어받은 존재임을 계속해서 각인시키는 역할로 보인다. ‘수령’앞에 절대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기사도 ‘수령’에 대한 신념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외에, 다른 전략이 또 하나 숨어 있다고 판단된다. 바로, 지도자 선전담론전략의 이중구조 이다. 김정은을 ‘파라오 슬롯’으로 지칭하는 이유는 당정책의 집행과 같은 실천적이고 동원형 메세지에서는 ‘파라오 슬롯’이 정책 일체성과 집단 결정성을 강조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개인에게만 충성하라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게 하려는 형식상 절제 전략인 것이다. 기사에서 파라오 슬롯위 전원회의의 결정을 김정은에 대한 충성으로 연결시키면서 그것이 당정책이라고 강조하는 측면에서 ‘파라오 슬롯’으로 지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더 설득력을 가져온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김정은을 ‘파라오 슬롯’이라고 지칭하는 기사는 김정은과 당이 하나임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그런 것이다. ‘파라오 슬롯’이 사실상 김정은을 의미하지만, 그와 당 조직과의 일체화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김정은이 당과 국가, 인민의 총의가 집약된 유일중심임을 내세우는 수사적 장치이다. 즉, 김정은 독단이 아니라 당의 총의이며 집단적 결정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위장전술인 것이다. 여기서 지도자 선전담론의 이중구조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